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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과 합의' 복지부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

'의협과 합의' 복지부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5.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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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관련 건정심 등 속기록 확인...의협 끝까지 '반대'

포괄수가제 강제·확대 시행을 둘러싸고 의-정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의협은 적정 수가 기전 마련, 의사 행위료 분리 등 사전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도입은 절대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인 반면, 정부는 먼저 시행하고 나중에 보완 하겠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이미 합의해 놓고 이제 와서 판을 깨려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가 '의협이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지난해 4월∼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 보건의료미래위원회(이하 미래위)와 올해 2월에 열린 건정심 4차 회의, 두 개 회의를 가리킨다.

미래위는 지난해 말 활동을 종료하면서 '2020 한국의료의 비전과 정책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포괄수가제 전면 도입을 제안했다. 또 건정심 4차 회의는 올해 7월 부터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확대시행 방안을 의결했다. 미래위에는 의협 회장이, 건정심에는 의협 보험이사가 각각 참석했다.

포괄수가제 도입을 제안하고 시행 시기를 못 박은 두 회의에 의협측 대표가 모두 참석했으므로, 결과적으로 포괄수가제에 의협이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주장인 것이다.

의료계는 그러나 실제 회의에서 의협 대표가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와 무관하게, 단지 다수결에 따라 의결됐다는 이유만으로 합의 운운하는 것은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미래위의 경우 당시 회의에 참석한 경만호 의협 회장이 '포괄수가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어떠한 증거도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경 회장은 포괄수가제 도입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포괄수가는 원가 대비 최소한 130% 이상으로 책정돼야 하며, 물가인상률에 따라 지속적으로 인상돼야 한다'는 조건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정심 4차 회의 역시 의협 대표로 참석한 이혁 보험이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의협측 위원 "무슨 새마을 운동 하냐?"

본지가 입수한 속기록에 따르면 이혁 이사는 "수가 적정화, 환자 분류체계 정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에서 시행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새마을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절하지 않은 채 정부의 일방통행식이 아니냐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회의가 난항을 겪자 의장은 휴회를 선언하고 비공식적인 협상 시간을 별도로 가졌다.

휴회 뒤 다시 속개된 회의에서 지금까지 의협과 함께 반대 입장을 지켜 온 병협측 위원은 "휴회 시간 동안 병원 측이나 공급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합리적이라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방향을 (복지부가)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며 "그런 의지를 존중해서 병협은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혁 이사는 "(복지부로 부터) 충분하게 의견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건정심은 의협의 반대를 뒤로한 채 나머지 위원들의 동의에 따라 포괄수가제 7월 시행안을 의결했다.

기록으로 남겨진 명백한 사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언론을 통해 '합의'를 주장하는 것은, 우선 의협이 말 바꾸기를 일삼는 단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신뢰성에 흠집을 냄으로써 의협과 벌이고 있는 대국민 홍보전을 정부 측에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의협 신·구 집행부간의 불협화음을 조장해 의료계 내부의 단결력을 떨어뜨리고, 그에 따른 의협의 협상력 약화를 꾀하겠다는 꼼수도 엿보인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24일 의협 인터넷 홈페이지<www.kma.org> 플라자에 올린 글을 통해"포괄수가제발전협의체에서도 의협은 강제시행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는 사실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의협이 찬성해왔다는 복지부의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론을 제기하고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의협의 합의' 주장을 계속할 경우 의-정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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